business card... 말 그대로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이 명함이다. 그동안 교사로서 난 명함의 필요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않았었다. 중3부장이 되어 새로 감당하게 된 중요 업무 중 하나는 입시홍보를 나오신 각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는 것이다. 명함을 받으면 나도 뭔가를 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외부강의를 다닐 때도 명함의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외부강의가 내 사업템은 아니지만 이후의 잠재적인 강의 기회나 홍보의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교사가 명함을 만들어서 반학생들에게 나눠줘서 호응이 좋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게 명함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당장 떠오른 것이 캔바였다. 캔바 템플릿에서 명함을 디자인했다. 마침 2002년도 제자가 그려준 캐릭터 2종이 있어서 다른 디자인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배색과 배치, 명함에 포함될 내용만 정하면 되었다. 그러나 캔바는 한국에서 아직 실물 인쇄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본 사이트가 "오프린트미"였다. (협찬도 간접광고도 아님) 템플릿을 지원했지만, 캔바에서 만든 것과 유사하게 배색과 배치만 신경 써서 디자인하고 주문까지 했다. 캔바로 만들어 본 템플릿을 복제하듯 작성했다.
캐릭터 외에 이름, 별명/ 휴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블로그 주소/ 학교주소를 포함시켰다. 3학년 부장이란 직책은 고민 끝에 넣지 않았고 학교주소에 3학년 교무실이라고만 표시했다. 블로그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도 넣었다.
200장은 10,400원, 500장은 13,000원이었다. 500장부터는 옵셋 인쇄로 제작되어 더 저렴하다고 했다. 단, 모니터 화면 대비 컬러 차이가 디지털 5% 정도보다 최대 10%까지 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500장 13,000원에 배송비 3,000원을 추가 부담했다. 명함 선택 옵션 중에 가장 기본 사이즈에 용지도 가장 저렴한 "소프트"를 선택했지만 다양한 고급 사양들이 많았다. 명함에 주는 효과도 두 종류나 있었지만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굳이 모험하지 않았다. 단, 모서리는 사각보다 둥근 모서리가 더 안전할 것 같아 선택했는데 500장 기준으로 1,000원 비용이 더 들었다.
주문하고 막상 받아보니, 글자색이 바탕색과 비슷한 계통이어서 두드러지지 않았고 가독성이 다소 떨어졌다. 실패다 싶었지만, 그냥 잘 드러나지 않는 신비감이라고 위안을 했다. 바탕색은 청블리 별명의 출발점인 연분홍색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학교에서 담임쌤들께 하나씩 드리려는데 너무 쑥스럽고 망설여졌다. 명함을 주는 행위는 받는 반응을 동반하더라도 상대방이 필요로 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존재할 것이므로... 그냥 민폐 같았다. 그래도 첫 연습을 3학년 담임쌤들을 대상으로 했다. 가장 편한 선배선생님께 먼저 드리고 분위기 조성되자 주요 인사가 된 것처럼 학년실을 돌면서 일일이 명함을 드렸다. 선생님들은 모두 웃으면서 받아주셨다. 분홍색을 내 퍼스널 컬러처럼 인식하시는 선생님들은 다음번에는 연분홍색 바탕색을 할 것을 권하기도 하셨다. 덕분에 명함도 파고, 3학년 부장하길 잘하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한 분은 명함을 들고 내 매니저라고 소개하고 다녀야겠다고 하셔서 폭소가 터졌다. 명함에 학교주소가 찍혀 있으니, 명함이 소진될 때까지는 학교를 못 떠나겠다는 농담이 나왔다. 올해 만기인 학교인데 담임쌤들이 내년에도 3학년 부장을 해주시면, 그리고 자신들을 내치지 않는다면 비담임 포기하고라도 3학년 담임 함께 하겠다고... 그래서 너무 감동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환대를 받고, 인정을 받는다는 건 이렇게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이렇게 실감할 수가 없었다.
이미 교원안심번호아닌 내 개인전화번호를 다 공개했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반 학생들에게도 명함을 돌렸다. 원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주고 싶지 않아서 받고 싶은 사람만 손을 들라고 했는데 다행히 거의 다 들었다. 버리려면 쓰레기통에 곱게 버리고, 바닥에 밟히는 일은 없도록 당부했다. 영어멘토링 참여 학생들 중에서 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전해 줄 생각이다. 학년 말이 되면 연락할 것도 아니면서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가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졸업 후에도 나의 역할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담아 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강의에서도 필요하신 분들께 나눠드릴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개인정보 유출이 더 심각한 이슈고... 학부모 민원 우려 등의 문제로 교사 개인 번호를 학생이나 학부모님께 공개하지 않으면서 학교업무번호(교원안심번호)를 따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 자발적인 개인정보유출이라니... 블로그에서 무료 컨설팅을 할 때도 나만의 개인정보만 문제가 아니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컨설팅 받는 분의 개인정보가 내게 유출되는 상황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학교에서 한시적으로 어떤 업무를 추진할 때도 개인정보동의서를 받는다. 개인정보동의서 없이는 연락조차 할 수 없는 요즘 상황이다.
그럼에도 연락받는 것이 더 이득인 분들께 명함이 더 필요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명함을 드릴 때 나의 이득은? 그걸 생각했다면 명함을 만드는 고민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강의에서 뵙는 학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께 명함을 드릴 것인가? 개인정보의 문제보다 이후 연락 올 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성의껏 다 응대할 수 있을까? 명함을 드리면 꼭 연락해야 한다는 암묵적 계약이라도 한 듯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부담 없이 명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한때 학부모 민원으로 평소에도 불안하고, 전화 진동이나 문자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증상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어서 스팸문자나 연락에조차 민감한데... 오히려 치유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성급한 기대감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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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긴 세월을 넘어 만난 제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냥 친근하고 편안했다. 10년 전 여고 1학년 시절에 영어선생님으로 만났을 뿐인데... 나는 늙었고, 제자는 더 예뻐졌지만... 10년간 만남의 단절도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았다. 어색할 겨를이 없었다. 얼마 전 그 제자의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번개(?)를 했다. 심지어 그중 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서로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음에도 다시 만났을 때 그렇게 편안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졸업하고 더 친해지는 인연도 가능하다니... 그 제자는 여전히 블로그 댓글을 통해 자신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알고 보니 이 제자에게 내 블로그 이야기를 듣고 내게 댓글을 남기면서 만남이 성사되었던 것이었다고. 그런데 이 제자는 또 온라인 임용고시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였던 한 블로거의 블로그 추천글을 보고 내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오래 단절된 인연이 이런 우연으로 이어졌으니 역시 신기한 일이었다. 블로그로 소통을 시작했던 그 인플루언서 블로거가, 대구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셨을 때(지금은 임용 합격해서 대도시에서 행복한 영어교사를 하고 있음)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 셀렙을 보는 것 같다고 신기해하며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신기한 기억도 떠올랐다. 그분이 내 블로그를 이렇게 규정해 주셨다. "살아 있는 교육학 교과서" 그 말 한마디에 전율 가득한 기쁨과 보람을 한 번에 다 느끼며 감격스러워했고, 이 말의 여운은 유통기한이 없는 것처럼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ㅠㅠ 이런 신기한 인연의 끝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서로에게 전하는 말 한마디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거의 말만 하는 교사로서 이렇게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야 절절하게 실감하는 것 같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부디 상처보다 위로와 격려를 선물해 주는 존재가 되기를... 내 블로그를 탐독하던 제자도...이전의 글에서도 힘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제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순수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에 감탄을 하면서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며 행복해하는 교사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하니... 내게 울림을 주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럴 거예요. 누가 제 롤 모델이신데요" 시대를 초월해서 교사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말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될 거예요." 제자의 말은 이 말의 다른 버전이었다. 수업을 하듯 잔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해주었는데, 정작 제자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했는데... 제자는 나와의 만남을 이렇게 규정했고, 난 또 전율했다ㅠㅠ "청블리 테라피(therapy)" 본인이 나와의 만남으로 치유를 받았다는 의도를 담았겠지만... 정작 힐링을 얻고 격려를 받은 것은 나였을 것이다. 청블리가 테라피했던 것이 아니라 청블리를 테라피하는 시간이었다고. 난 그렇게 행복한 교사였다. |
2) 심화 Tip 추가(10:30)
띵커벨 페이지 안내만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동영상 참고하시길... 띵커벨 보드 만들기 및 보내기 띵커벨 워크시트 만들기 |
어떤 학생들은 교사가 아니라 시간이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그 긴 시간의 흐름에 아이를 위탁하고 기다려야 함을 인정하는 것은 교사의 무력감과 고통스러운 마음비움이 동반되겠지만. 시간이 교사가 되어야 하는 아이들보다 나를 교사로 믿고 따르는 학생들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옳다. 엄밀히 말하면 그 선택은 교사가 아닌 학생 스스로 한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교사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역할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감당한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냉큼 잡아 줄 준비도 늘 되어 있다. 학생 한 명으로 인해, 학부모 한 분으로 인해서도 교사의 삶은 불안감과 같은 증상과 마음의 짓누름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한다. 아무 역할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과 쓸모 없는 것 같은 무가치함, 무의미의 존재감도 교사가 싸워야 할 실체가 된다. 그럴 때는 교사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타협할 수 없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한두 명으로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날 필요로 하는 더 많은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백지에 찍힌 점보다 그 외의 공간에 집중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오히려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된다. 나는 요즘 학교에서 수업에도 더 열중하고 학생 멘토링에도 더 집중한다. 생각보다 자주 있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 대상 외부강의에서의 역할과 선한 영향력의 가능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의도적인 집중 없이는 내가 무너져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인정과 칭찬, 특히 절대 다수의 지지는 내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아니어야 했다. 나는 나 자신을 넘어설 수 없는 여전히 미완의 존재다. 모든 이들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모두를 지금 당장 변화시킬 수도 없다.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겸손함이며, 그래서 난 여전히 노력을 멈추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없어서 그저 같이 아파할 뿐이지만, 그래서 더 절실하게 사랑하며,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응원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없는 좌절감으로 주저앉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그 한 걸음의 의미만 생각하고 싶다. 멈추지 않는 걸음이 모여 결국 불안과 걱정도 다 넘어서게 될 것이라 소망하며... 교육의 길은 지금 이 순간의 열매가 아닌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니까. 나를 교사로 필요로 하는 아이들조차도 시간의 위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희망을 품는 것이니까. 당장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 긴 시간의 개입과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컨셉관련 책을 보다가 위로가 되는 글을 발견했다. 평소 같으면 그저 지나쳤을 것인데, 따뜻한 위로가 담긴 종류의 글도 아닌데도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역시 텍스트는 읽는 사람들만의 스토리로 무한 확장되는 거였다. 모두 아래의 글이 각자의 사연과 상황에 맞는 위로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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