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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강연은 아니지만, 공유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너무 좋은 강연일 것 같아 공유한다. 국어과가 아니라도 문해력에 관심있으신 대구시의 중고등학교 교사라면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을 것 같다. 자발적으로 연수를 절대 참여하지 않는 나도 살짝 욕심이 났다. 토요일 1등급 프로젝트 고3 수업이 아니었다면 신청하고 싶었을지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길... 신청은 5월 16일 아침 8시 30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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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의 낭만이 점점 사라져간다. 앨범을 찍어서 온라인상에 유포하거나, 사진에 몹쓸짓을 하는 극소수의 학생들 때문인지, 졸업앨범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졸업하는 학생들과 수업으로든, 담임으로든 접점이 없는 경우는 그럴 수 있지만, 심지어 담임교사조차도 촬영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개인정보동의를 하지 않으면 사진을 실을 수 없다. 촬영을 거부하는 선생님들께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고입이라는 본질적인 업무 외에 중3 부장의 가장 큰 업무는 졸업앨범 업무다. 졸업앨범 절차를 진행하면서... 교직원사진 촬영에 이런 고민을 회의를 통해 정리해서 전교직원 메신저로 발송했다. 해오던대로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모험을 하고 싶었다. <교직원 졸업앨범 촬영 신청 및 동의-구글설문> https://forms.gle/BraxnxX4EFHJFfrb6 개인정보동의서 개념도 없었고, 무조건 촬영에 참여해야 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학생들 중에서도 동의하지 않으면 졸업앨범 촬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추억이 희미해질 때쯤 두꺼운 표지를 무겁게 들어올려 추억의 실체를 마주하던 의례적인 일도 예전 세대만의 추억이 되어 갈 것 같다. TV에 얼굴 한 번 나오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었던 옛날과는 분명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개인정보 동의 없이는 모자이크처리해서 방송해야하니까. 내 블로그에 학생들 얼굴 사진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무분별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일선 학교에서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애쓰지 않아도 리즈시절인 그 모습을 영원히 남겨두려 사진촬영에 진심을 다할 것이다. 나도 하루종일 교내 촬영장을 오가며 아이들의 리즈시절이 영원히 잘 보존되도록 도울 결심을 했다. |
오늘 인근 고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마치고 제자들이 찾아왔다.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2시부터 조퇴도 가능했지만 이미 지난주부터 찾아오기로 예약한 제자들을 기다려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였다. 기다리는 동안 교생쌤들 피드백도 해드리기로 했다. 교생쌤들을 만나고, 찾아 온 제자들과 한참 이야기를 한 후에... 퇴근 시간을 넘겨서 교생일지 지도교사 답변을 작성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외부 전화가 연결되었다. 예쁜 여자 목소리라서 흠칫 놀랐고 전화를 잘 못 받은 줄로만 알았는데...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만 (거의 20년 전) 경덕여고 제자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는데 신기하게도 갑자기 그 제자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전화로는 얼굴을 확인할 수 없어 확신은 잠시 머뭇거림이 되었지만... 이내 목소리도 그때의 기억에 싱크로 되었다. 예전의 쾌활했던 여고생의 목소리가 여유로움 속에 묻어났다. 시간 여행을 떠난 것처럼 그 당시 제자의 모습에 나의 30대를 갓 넘긴 젊음이 투영되었다. 대화가 계속될수록 그 이미지와 그때 느낌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제자는 내 목소리도 그때 그대로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진심이라고 믿고 싶었다. 제자는 대구가 아닌 곳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양육하느라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로 인사를 드린다는 이야기 끝에... 나도 선명해진 기억에 힘입어 얼굴도 뽀얗고 쾌활한 성격에 아주 예쁜 학생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자신은 더 이상 그 예쁜 학생이 아니라고,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응답했다. 재작년에 대구시 학부모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채팅창에 경덕여고 제자라고 밝혔던 제자의 일화도 들려주며 그 이상의 신기함이라고 연신 놀라움을 표현했다. 평소처럼 칼퇴를 했더라면 받을 수 없는 전화였어서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퇴근을 했다면 제자라고 밝혔어도 학교에서 내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며, 제자의 용기는 계속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자는 온라인으로 자료를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내 실명은 비공개인데다가 청블리라는 별명도 그 후로 한참 후의 것이어서 생소하였음에도, 그 당시 모습을 담은 블로그 캐릭터와 블로그 글을 볼수록 나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블로그 글 중에 근무하는 학교가 언급되어 있어, 스승의 날 즈음해서 학교로 연락해 본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의 나의 근황을 듣고 찾아뵈려다 망설인 일과 그냥 시간 간격을 건너 뛴 것처럼 내가 상담해 준 내용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이야기해 주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잊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인데, 연락이 지속되는 제자들도 물론 특별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간의 산을 넘고 넘어 기억이 현실로 이어지는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특별한 일이라고 감격하며 제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이가 훨씬 더 들어서도 여전히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고 계신 것 같다는 제자의 말에 난 (내가 뭘 잘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모두 학생들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교사가 된 순간부터 변함없이 학생들이 나의 열정의 이유이자, 목적이자, 성취였으니까. 제자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때 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여고시절의 인정도 내게 충분히 의미 있었겠지만, 세월의 검증을 넘어선 제자의 그 인정에 교사로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 당시 나는 너무 미안하게도 가르치는 것을 제대로 못했던 저경력의 젊은 교사일 뿐이었는데, 그 제자를 포함해서 있는 모습 그대로 날 받아준 순수한 열정의 경덕여고 학생들이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켰고, 그 축복된 만남으로 젊은 날의 열정을 이어가며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자의 전화를 통해 또 한 번 실감했다. 제자에게 스승의 날 받은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했다. 너무 행복한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책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졸업앨범을 찾아보았다. 만 20년 전인 2004년 그 제자가 고 3일 때 영어교사로 만났던 학생이었다. 전화하면서 내가 떠올렸던 그 제자의 모습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 소름 돋는 전율이었다. 그 긴 세월을 넘어서도 제자와의 기억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음도,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던 그 제자가 졸업 앨범을 뚫고 나온 것처럼 먼저 연락을 해온 것도 믿기지 않는 신기함이었다. |
영어시험 전 어떤 아이들은 내게 악수를 청하거나 하이파이브 등을 하면서 영어 기를 넣어달라고 한다. 얼마 전 2교시 중간고사 영어 시험을 앞둔 1교시 자습감독을 들어가서 영어기운이 필요한 사람 손 내밀면 하이파이브로 영어 기운을 주겠다고 하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내밀었다. 교실을 순회하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시험에 영향을 주는 기운이 전달될까? 그렇다면 기를 받지 못한 학생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절실함의 표현일 것이고 전폭적인 응원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서 실제로 영어 기운을 받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학생들과 교감이 이뤄지는 걸 느낀다.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라면 심리적으로, 멘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우리반 여학생이 내게 대뜸 영화 아바타 봤냐고 물었다. 봤다고 하니까 쑥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게 내밀었다. 순간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 아바타 나비족은 머리카락 끝의 교감신경을 맞닿아 교감을 한다. 순간 나도 짧은 머리카락을 잠시 연결해주었다. 악수를 하거나 주먹을 맞닿거나 하이파이가 아닌 머리카락 교감ㅋㅋ 학생의 유머감각에 내가 더 기분이 좋아졌다. 웃으며 응원의 마음을 담았는데, 시험 후 교감불량이었다고 자신의 영어성적의 속상함을 내게 툴툴거려서 안타까웠다ㅠㅠ 시험을 다 마치고 그 학생은 내가 쌤들 중에 제일 좋았는데 이제 사회쌤으로 갈아탄다고 선언했다. 영어보다 사회문제가 더 마음에 들었다면서ㅋㅋ 고3 담임을 하면 아침에 수능장에 학생들을 응원하러 간다. 낯선 곳에서, 일생일대의 중대한 일을 앞둔 압도적인 긴장감 속에 만나는 익숙한 담임교사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나를 안고 울기도 했다. 본인의 절실함만큼 무언의 토닥거림이 시험운이나 기운이 아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로 전해졌을 것이다. 부모가 아님에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건 교사의 축복과 특권이자 책임이다. |
포산고 교감선생님께서 다음 달에 있을 학생들 대상으로 자기 주도 영어학습법 강의를 요청하셨을 때... "아이들의 인생에 획기적인 사건"이 되도록 준비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말씀드렸었다. 성취 여부는 학생들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 나만 비장해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나를 만나면 적어도 방향을 못 잡아 헤맬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절실함으로 강의를 신청하거나 몰입수업하는 학생들을 만날 때 늘 고민스러운 것은 그들의 상처와 절실함 가운데 자존감과 자신감을 어떻게 세워주고 지켜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 3, 고 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능 영어 1등급 프로젝트 단기 몰입수업에 초대받았다. 토요일 아침 첫 수업을 설렘으로 맞이하면서... 작년과 데자뷔처럼 교생선생님들께 아래와 같이 단톡에 글을 남겼다. 쌤들은 갑질 같은 메시지에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결의에 가득 찬 답문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학생들을 만났다. 일찍 온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상담도 했다. 신청 이유가 가장 궁금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상처는 커 보였다. 최후의 수단처럼 뭔가를 붙잡는 듯한 절실함도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어 학생들에게 솔직히 얘기했다. 생각보다 출발점이 다소 심각해보인다고.. 그만큼 어려운 행보가 예상되지만, 멈추지만 않으면 불가능한 길은 아니라고... 이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업의 방향은 없을 것이니... 일단 내가 만들어서 배부한 필수어휘 1300개 중 매일 220개 단어 범위를 하루에 3번 이상 읽을 것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범위에 맞춰 온라인 시험 응시도 권해주었다. 단어를 각자 열심히 학습하면 내가 수업을 통해 문장이 보이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작년에는 그렇게 약속을 하고도 학생들은 절실함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기억이 나서, 새벽에 갑작스럽게 구글클래스룸을 개설해서 수업시간에 안내하면서 원하는 만큼 내가 개입해 주겠다고 했다. 일주일 한 번 수업해 주고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보다, 매일 학습을 이뤄가는 성취를 함께 할 무대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구글클래스룸에 아래와 같은 점검방법을 제시했다. 수업시간 안내 수정 공지 1. 플래너 점검 및 글읽고 댓글달기는 선택 2. 단어학습 필수. 단어진도체크 자신의 진도표에 학습 현황 업데이트하기 3. 상담이나 문의사항 비밀댓글이나 선생님 개인톡 활용 <필수 과제> 단어 진도 체크에서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첨부파일에 단어학습 상황 매일 체크하기 강의수강하거나 읽기를 완료하면 해당하는 칸에 체크하면 진도율이 올라감 온라인 시험 응시 후에도 체크하여 진도율 올리기 <선택 과제> 플래너 인증샷 및 글 읽고 댓글달기 1. 전날 플래너인증샷 제출(우측 내과제 "+추가 또는 생성" 파일로 올리기/ 사진 안 되는 사람은 문서로 생성해서 제출 가능)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때는 내과제가 하단에 뜸. 2. 글 한 편 읽고 댓글 달기 - 댓글은 간결하게 작성해도 됨(블로그 댓글말고 아래 수업댓글에 달면 됨. 자신의 댓글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우측 비공개댓글 활용) 스마트폰 앱 활용 시 수업댓글을 화면 상단에, 비공개댓글은 과제제출할 때 뜸. 3. 플래너 점검 및 댓글달기 후 반드시 우측의 "완료로 표시"를 클릭해야 제출됨. <상담/컨설팅> 과제제출 시 비공개댓글 활용하거나 선생님 개인톡으로 매일 학습상황을 체크하면 진도율도 표시되도록 하여 성취감을 느끼도록 학생들에게 단어진도표를 구글스프레드시트로 작성하여 공유하였다. 전체 과제가 아닌 개별 학생에게 각각 과제로 부여하여 해당 학생만 액세스하여 편집할 수 있는 권한으로 누적해서 진도 체크가 되도록 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첫 수업 진행 3시간 내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토요일 이런 시간에 이 자리에 나아 온 것만으로도, 열정적인 몰입의 수업태도를 보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큰 희망을 보았다. 이제 일주일간 얼마나 단어학습을 해올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하려 한다. 빈도수 중요 어휘를 채워 넣을수록 문장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것이며, 해석에 활용되는 문법과 구문의 핵심원리를 수업으로 익히면서 사소한 성취를 몸에 새기다 보면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시간이라서 동기유발이 될 이야기를 많이 했고, 영어단어를 읽을 때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영어발음의 원리도 깨우쳐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초여름 영어 몰입 주간이 되길... 진정 아이들의 삶에 획기적인 사건이 되길... 그 어떤 만남도, 짧은 만남조차도 사소한 만남은 없으며,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변화와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 희망을 품고 좀 무리를 하면서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렇게 절실한 고등학생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교생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성장 중이고, 이번 주에는 계대 영어교육 학부생들을 만나고, 다음 주에는 대구 중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을 뵙는다. 이미 내겐 학교 학생들도 있고, 스승의 날 즈음에 만남을 예약한 학생들도 있다. 6월에도 포산고 학생들, 비슬고 학부모님들, 중등수업릴레이 참여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진다. 유독 새로운 만남이 많은 5월과 6월 그래서 일상 자체가 빈틈없이 설레고 감사하다. |